이것 저것2008. 7. 5. 21:12
프로야구 관중, 오해와 진실

기사입력 2008-05-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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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목동구장은 열악한 교통과 낮은 인지도로 관중몰이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경기마다 관중들로 넘쳐나고 있다.

5월 11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4개 구장 모두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이날 총 관중은 무려 6만7천명. 2005년 4월 5일 이후 프로야구 통산 2번째의 대기록이었다. 14년 만의 500만 관중 돌파를 자신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까지 올시즌 총 누적관중은 155만588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폭발적으로 증가한 관중수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숫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춘추>는 3월 29일 개막전부터 5월 10일까지의 8개 구단 홈경기 입장관중과 입장수입액을 조사했다. ‘얼마나 관중이  들어 왔느냐’보다는 ‘누가 얼마나 돈을 내고 입장했느냐’라는 실제 관중수를 따지자는 계산이었다. 덧붙여 프로야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관중 축소와 부풀리기 의혹이 사실인지도 살펴봤다. ‘관중이 곧 구단평가’의 잣대가 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8개 구단 마케팅팀의 고민을 듣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SK, 저가테인먼트와 야구흥행을 위한 희생 사이

올시즌 관중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이 SK다. 전해 같은 시기(이하 5월 10일 기준)홈 평균관중이 8천695명이었던 SK는 올시즌 16경기에서 1만2천950 명을 기록하며 ‘1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올시즌 홈 평균관중이 1만 명 이상인 구단은 롯데, LG, 두산 그리고 SK뿐이다. 그러나 SK를 제외한 3팀은 지난해에도 1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2008시즌 구장별 입장수입 현황   * 5월 1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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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SK의 스포테인먼트가 빛을 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SK를 제외한 7개 구단 관계자들은 "SK의 마케팅은 스포테인먼트가 아니라 저가테인먼트"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SK의 마케팅이 나머지 7개 구단에겐 공공의 적이 된 듯 했다. 어째서일까.

“언론에 발표되는 관중수보다 중요한 게 객단가(1인당 평균입장료)다. 공짜 관중이 많을수록 객단가가 낮아지고 유효관중이 많으면 높아진다. SK의 객단가에 집중하면 문학구장에 얼마나 공짜 관중이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각 구단이나 KBO에서 발표하는 관중수에는 유효관중 뿐만 아니라 경로, 장애인, 어린이 회원 등 다양한 유형의 무료 관중이 포함돼 있다. 카드사, 이동통신와의 제휴와 각종 마케팅으로 실제 가격보다 싸게 입장권을 구매한 이들 역시 상당수에 이른다. 여기다 모그룹이 대기업인 구단들은 홈 입장권을 싼 가격으로 계열사에 넘기거나 정체불명의 연간 티켓을 발행하고선 이를 유효관중으로 잡기도 한다. 

구단이 “만원사례”라고 말하기 무섭게 관중석을 들여다보면 정오를 지난 패스트푸드점처럼 빈자리가 수두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에서 마음만 먹으면 1천명의 관중도 5천명으로 늘릴 수 있는 게 프로야구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객단가는 각 구단의 공짜표 남발여부와 유효관중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프로야구의 대외적 존재이유인 ‘얼마나 알차게 돈을 버는가’에 대해서도 객단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SK의 객단가는 2천864 원으로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2천 원 대였다. SK의 홈경기 평균관중(8천695 명)보다 3.5배가 적었던 현대(우리 히어로즈의 전신)의 객단가도 3천387 원이었다. 올시즌 SK의 객단가는 3천146 원으로 역시 유일하게 3천 원 대다. 문학구장 외야석 성인 입장료가 3천 원인 점을 감안할 때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출혈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모 구단 관계자는 "SK식으로 관중을 모으면 우리는 이미 홈 평균관중 2만 명을 돌파했을 것"이라며 "인천 남동구 일대 주민치고 SK 공짜표를 못 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작 그 관계자가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가 마케팅은 결국 프로야구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같은 지적을 했다. "SK의 저가 마케팅은 7개 구단에도 불필요한 영향을 줘 관중 부풀리기를 유도할 수 있다. 모그룹에서 ‘SK는 이렇게 관중이 늘었는데 당신들은 뭐하느냐’고 질책하면 방법이 없다. SK식으로 저가 정책을 쓰거나 공짜표를 남발하는 수밖에. 이런 마케팅이 반복되면 결국 프로야구는 돈을 내고 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 놀이터로 전락할 게 뻔하다."

SK의 입장은 어떨까. SK 관계자는 의외로 담담했다. "다른 구단의 비판에 동감한다"며 말문을 연 그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2000년 창단했을 때 그해 홈 평균관중이 1천211 명에 불과했다. 기존 연고지팀 현대가 서울행을 선언하며 인천야구팬이 분열되고 창단 첫해 성적이 좋지 않은 게 이유였다. 그렇다고 국내 최고 시설의 문학구장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인천야구 열기를 되살리고 야구를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는 게 급선무였다."

SK는 이를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냈다. GM대우와 연계해 경품용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SK 홈 입장권을 고객사은품으로 주도록 유도했다. 인천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무료 관람용 패스를 주면서 체육시간 때 야구를 하도록 부탁했고 방학 때는 현장체험학습을 문학구장에서 해달라고 읍소했다.

"문학구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짜표를 돌린 것도 사실이고 인천지역 학교 가운데 개교기념일 경우 단체로 초청하기도 했다. ‘저가’, ‘출혈 마케팅’이란 소릴 들을 만 했다. 그러나 구단이 많은 손해와 출혈을 감수하자 조금씩 유효관중이 늘어났다. 일단 야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야구의 재미를 느끼고 나중에 고객이 되지 않겠나."

SK의 마케팅을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케이블스포츠채널 해설가는 그래서 "SK를 둘러싼 저가논쟁은 8개 구단 사이의 논리이지 전체 야구계를 놓고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희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최고의 시설을 갖춘 홈구장이 SK에겐 부담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역시 다르지 않다.

SK 측은 "우리도 저가 정책이 계속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며 "스포테인먼트의 ‘시즌 2’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문학구장에 자리 잡은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는 폭발적인 매출증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시가 문학구장을 SK에 장기임대 한다면 주차료 등 부대시설 이용료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천시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인천시는 SK로부터 구장 사용료로 2억5천676만 원을 받아냈다. 전체 수익의 15%를 뗐다. 부산시는 롯데에 5%에 해당하는 1억5천933만  원을 거둬갔다. 부산시가 인천시보다 재정상태가 양호하다고 믿는 이는 없다.

롯데, '관중 축소인가' '정직한 발표인가'

지난해 롯데의 홈 평균 관중은 1만2천56 명이었다. 전해 7천2 명에 비해 72.2%가 증가했다. 특히 4번이나 만원사례를 이루며 구도(球都) 부산의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직구장 매진이 이보다 많았다"며 "3만 관중이 들어차도 롯데는 2만6천 명으로 발표하기 일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롯데가 의도적으로 관중을 축소 발표한다는 뜻이었다.

올시즌 홈 최다관중 역시 롯데다. 총 37만7천52 명이 입장해 홈 평균관중 2만3천566 명을 기록했다. 만원사례는 7번이었다. 전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홈 관중이 64%나 증가했다. 이로써 롯데는 2006년부터 올시즌까지 해마다 60% 이상의 폭발적인 관중증가를 기록하게 됐다. 물론 롯데의 관중축소 의혹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관중축소? 관중집계에 있어 롯데만큼 투명한 구단도 없다." 모 구단 관계자의 평이다. 나머지 구단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롯데 홈 관중이 허수가 가장 적다." 이유는 뭘까. "충성도가 높은 팬이 많아 유효관중이 많기 때문이다." 롯데 손성욱 마케팅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롯데의 객단가는 4천995 원으로 가장 높았다. 올시즌도 5천672 원으로 두산 다음이다. 돈이 되는 관중이 몰린다는 뜻이다. 부산지역에 롯데그룹 계열사가 거의 없는 것도 실관중이 많은 이유다. 그룹에 표를 부담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롯데도 경로, 장애인, 어린이 회원에 한해서는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3만 관중이 들어찬 것 같은데도 실관중을 이보다 적게 발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직구장이 꽤 넓다. 몇 좌석이 비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롯데팬들의 특성상 1인 입장보다는 다수 입장이 많아 한 명이 여러 좌석에 가방을 올려놓거나 열띤 응원으로 빈자리가 없어 보이는 것도 축소 오해를 산 이유가 될 것이다." 손 팀장은 이와 함께 "구단이 아닌 부산시에서 관중집계를 하는 까닭에 관중 축소집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구단 마케팅팀에게 롯데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관중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팀장은 "여러 해의 노력이 지금의 관중증가로 이어졌다"며 롯데가 마케팅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롯데의 마케팅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구단 마케팅의 생명은 성적이 좋을 때가 아니다. 성적이 나빠 분위기가 침체했을 때 관중이 오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롯데가 성적에 따라 얼마나 관중수가 급변했는지 잘 알 것이다." 알다 뿐이겠는가. 지난해까지 역대 최다 관중경기 1위부터 5위가 사직 롯데전이었다. 1992년 홈 평균관중 1만9천201 명은 1995년 LG의 2만76 명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2003년 꼴찌였을 때 롯데의 홈 평균관중은 2천284 명으로 급감했다. 현대의 2천611 명에도 못 미치는 꼴찌였다. 역대 100명 이하 최소관중 경기에서도 사직 롯데전은 4번 가운데 2번이나 됐다. 2002년 10월 19일 사직 롯데와 한화전에 입장한 69명은 1999년 10월 7일 쌍방울과 현대전 54명 이후 역대 구장별 최소관중 2위에 해당한다. 전쟁영웅이나 위인들의 동상처럼 롯데는 사직구장 앞에 당시 69명을 기념하는 동상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롯데는 관중수 급감을 둘러싸고 묘안을 내기에 이르렀다. 야구장을 야구만 보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놀이터로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야구장을 찾는 이들 가운데 분위기가 좋아서 온다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사직만의 응원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롯데의 응원문화는 유별나다. 롯데의 독특한 응원을 공유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과거에 비해 젊은 야구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희비

인구와 관중은 정비례한다. 대도시에 위치한 구단은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관중이 가장 많다. 두산과 LG가 그렇다. 2006년 두산은 9년 만에 홈 관중 1만 명대에 복귀하며 그해 1만1천530 명으로 LG를 제치고 홈 관중 1위에 올랐다. 단골 1위 LG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LG는 홈 평균관중 1만4천304 명을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올시즌 두 팀의 희비는 성적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2위 두산은 홈 평균관중 1만4천269 명을 기록해 롯데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LG는 1만3천888 명으로 3위다. 객단가에서도 두산과 LG는 차이가 크다. 두산의 객단가가 6천267 원인데 반해 LG는 5천39 원이다. 관중이나 수익에 있어 두산이 LG를 압도한다. 참고로 두산의 객단가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두산의 객단가는 4천297 원이었다. 올시즌 2천원이나 객단가가 뛰어오른 건 입장료 인상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두산은 8천 원하던 지정석을 1만 원으로 인상했다. 탁자지정석 역시 1만2천 원에서 1만5천 원으로 높였다. 홈 관중 1위 탈환을 노리는 팀으로서는 모험에 가까웠다.

두산 이왕돈 마케팅 과장은 "프로야구단은 입장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홈 관중 1위에 연연해 프로야구 본질을 훼손하는 마케팅은 삼가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입장료에 대한 진정한 보상은 편법이 아니라 멋진 승부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두산은 카드사, 통신사 제휴를 통한 입장료 할인정책도 대폭 수정했다. 공짜표도 줄였다. 반신반의하던 두산의 마케팅이 빛을 발한 경기가 있었다. 11일 잠실 롯데전이었다. 이날 경기의 총매출액은 2억4천15만6천 원. 열흘 전 1일 부산 롯데와 LG전에서 기록한 1억8천151만4천700 원을 6천만 원 가량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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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와 KIA전. 매진으로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이
출입구로 밀고 들어오자 경비업체가 셔터를 내린 뒤 감시하고 있다
LG 도 입장료 인상과 함께 객단가는 전해에 비해 704 원이 오른 5천39 원을 기록했다. 물론 삼성과 함께 유이하게 홈 관중이 감소하긴 했다. 그러나 시즌 초부터 하위권을 맴돈 팀치고는 관중동원에 있어 아직 1만3천 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LG 팬들의 특징은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1989년 이후 한 번도 홈 관중 9천명 이하를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 LG다. 특히나 2003년 이후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도 2004년 9천407 명을 제외하고 모두 1만1천 명 이상의 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LG팬들이야말로 선수가 아닌 선수가 입은 유니폼에 집중할 줄 아는 수준 높은 야구팬들이었던 것이다.

한화의 꾸준함과 삼성의 관중 감소

지난해 시즌 초 17 홈경기를 치를 동안 대전구장에 모인 관중은 9만7천558 명이었다. 올시즌 같은 기간에는 9만7천566 명이 모였다. 불과 8 명이 줄어든 수치로 평균관중에서는 5천135 명으로 동일했다. 객단가도 109 원이 오른 4천76 4원이었다. 평균관중에서는 리그 7위지만 객단가에서는 4위다. 한화는 롯데와 함께 관중집계에서 허수가 없기로 유명하다.

대전은 전통적으로 부산은 고사하고 광주와 대구에 비해서도 야구인기가 높지 않은 곳이다. 1996년 이후 홈경기 평균관중 4천 명을 넘긴 적이 없다.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홈 평균관중은 3천30 9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김인식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1천916 명으로 8개 구단 가운데 꼴찌였던  홈 관중이 김 감독 부임 첫해인 2005년 3천466 명으로 갑자기 늘어났다. 지난해 5천120 명을 기록하며 11년 만에 홈 관중 5천 명대로 복귀했다.

성적이 좋아지면 홈 관중은 늘기 마련이다. 이때 더러 구단은 관중석 확장에 욕심을 낸다. 하지만 한화는 반대였다. 오히려 1만2천 석이던 대전구장 좌석을 1만500 석으로 줄였다. 한화 조남웅 마케팅 팀장은 "안락하고 쾌적한 관전 환경을 위해 좌석 간 앞 뒤 간격을 늘렸다"며 "가족단위 관중과 여성 야구팬을 유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전구장은 규모는 국내 최소지만 가장 안락한 구장으로 꼽히고 있다. 인구비례 예상 관중을 정확히 예상하고 형편에 맞는 마케팅을 펼친 결과였다.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2년 연속을 달성한 삼성은 홈 관중이 감소하고 있다.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라는 삼성 마케팅팀도 대구구장 관중 증가에는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도 객단가는 21%가 늘었지만 홈 관중은 3%나 감소했다.

분석은 다양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로 우승 포만감에 빠졌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게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정이 좋지 않기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고 우승 포만감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어느 삼성의 전임감독은 "선동열식 야구가 흥미를 잃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 야구팬들의 진심이라며 "5회까지 삼성 야구를 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다른 채널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5회까지 이기면 자동적으로 불펜진이 가동되고 5회까지 지면 경기를 포기하는 게 삼성 야구의 현실이 아니냐"며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야구를 하니 어느 누가 대구구장을 찾겠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만수, 김성래, 이승엽, 양준혁 등 거포에 익숙한 대구 야구팬들에게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는 박수를 치며 환영할 일이 아닐지 모른다. 실례로 지난해 삼성은 퀵후크(6회초 시작전 투수를 바꾸는 작전)가 40번으로 가장 많은 구단이었다. 그러나 지는 팀의 팬은 행복하지 않다. 게다가 2003년 이승엽(요미우리)이 시즌 56호 홈런을 치며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때도 대구구장 평균관중은 5천405 명이었다.

객단가 감소의 KIA와 우리 히어로즈의 약진

1998년 이후 홈 관중 4천500 명을 돌파하지 못한 팀은 KIA와 현대뿐이다. 그러나 현대는 사라졌다. 이것이 동기부여가 됐는지 올시즌까지 KIA의 홈 평균관중은 하위권을 맴돌면서도 5천692 명을 기록했다. 최희섭, 서재응 등 해외파 선수들의 입단이 관중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KIA의 객단가는 지난해 4천811 원에서 712 원이 내려간 4천99 원이었다.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객단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평균관중은 1천454 명이 늘었는데 객단가가 그토록 하락한 이유가 뭘까. KIA 김경욱 마케팅 팀장은 대뜸 "광주구장은 공짜표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객단가의 하락은 각종 할인과 공짜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공짜표의 주된 이용객인 어린이 회원이 광주에서만 폭발적으로 증가할 일도 없었다. KBO에 문의한 결과 광주지역의 어린이 회원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나 올해나 KIA의 어린이 회원은 500명이다.

잠시 뒤 김 팀장이 답을 줬다. "지난해부터 심야입장요금을 받았다. 7회말이 끝나고 입장한 관중에게 1천 원씩 입장료를 받았다. 이 인원이 홈 경기당 300, 400명 쯤 된다." 덧붙여 김 팀장은 "광주구장에 공짜표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알코올 중독자가 수전증을 막기 위해 "아침 커피 잔에 위스키를 탔다"고 둘러대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광주구장에서 근무하는 매표 아르바이트생들은 "1천 원을 내지 않고 입장하는 관중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경기당 400 명이 7회 이후 입장했다 하더라도 40만 원이면 구단 자체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KIA가 홈 관중수에 이들을 포함시키는 건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답은 다른데 있었다. KIA 전준홍 마케팅 대리는 "광주구장의 열악한 전산시스템과 암표상"을 이유로 들었다. 광주구장에는 별도의 관중집계 전산시스템이 없다.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입장권 할인을 하고 있지만 전산시스템의 미비로 제대로 된 카운트가 불가능하다.

입장료가 20% 할인되는 성인회원 역시 주변 암표상들의 주요한 구매창구다. 암표상들은 성인회원으로 가입해 입장권을 20% 싸게 산 뒤 구장 주변에서 일반인들에게 되파는 형식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이 역시 통제할 방법이 없다. 광주구장의 전산시스템 미비로 등록된 성인회원과 실제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대학생 네임데이’와 5월 5일 어린이날 때 광주구장에서 경기가 열린 것도 올시즌 객단가 하락의 원인이었다. 2005년부터 KIA는 광주.전남지역 대학교와 연계해 단체 입장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학 학부단위까지 단체 입장을 지원중이다. 올시즌도 몇 차례 대학교 네임데이를 주최해 단체 입장을 할인했다. 전 대리는 "5월 5일 광주구장에 몰린 대부분의 관중이 어린이 회원이었다"며 "아무래도 성인에 비해 어린이 회원은 객단가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IA의 고민은 SK와 비슷하다. 전 대리는 "다른 도시에 비해 근래 광주의 야구열기가 높다고 볼 수 없다"며 "최희섭, 서재응 등 좋은 선수들의 입단을 계기로 지역 내 야구붐을 조성하려면 구단이 손실을 감안해야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IA의 고위 관계자도 "지금의 손실은 미래의 흑자를 위한 투자"라고 정의 내렸다. 그 덕분일까. 지난해부터 광주구장 관중분포도에서 20대 관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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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LG의 홈 관중은 급감했다. 그러나 LG팬들은 여전히 팀에 헌신적이다

 연 고지 이전에 따른 홈 관중 증감를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삼는다면 우리 히어로즈는 분명히 성공한 구단이다. 지난해에 비해 평균관중이 135%나 증가했다. 선수들도 "텅 빈 수원구장이 악몽이었다면 목동구장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히어로즈의 상대팀이 롯데, KIA 등 인기구단이었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리 히어로즈의 관중동원력을 객관적으로 판가름하려면 6월 이후가 될 것이다.

500만 관중은 구호로 그쳐야

올시즌을 시작하며 KBO는 500만 관중 돌파를 자신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한 게 자신감의 토대였다. KBO의 희망대로 500만 관중이 달성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중은 각 구단에겐 짐이기도 하다. 모그룹에서도 한 시즌의 성공과 실패를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홈 관중수로 따진다. 8개 구단 프런트가 홈 관중수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이를 제외하고 구단의 성패를 판단할 객관적 근거자료가 없다는 게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혹한 현실이 때론 기형적인 편법을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홈 관중수 부풀리기는 프로야구계의 오래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해 총 관중이 410만4천429 명이었지만 유료관중은 376만1천345 명이었다. 한 구단의 마케팅 관계자는 “직접 야구장을 찾은 관중만 따지면 360만 명 전후가 될 것이고 더 가혹하게 집계를 한다면 340만 명 전후”라고 털어놨다.

홈 관중수에만 집중하는 한 구단의 선진적 마케팅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관중수 순위싸움으로 인한 갖가지 편법 역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야구흥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팀에게는 온당하지 못한 평가가 따를 수도 있다.

물론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야구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자는 빼야 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공익적 입장이 더 강한 곳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도 ‘이윤의 사회 환원’을 강조한다.

사익과 공익을 한꺼번에 추구해야 하는 한국프로야구는 그래서 힘이 든다. 500만 관중은 구호로 그쳐야 한다. 모그룹과 팬들도 관중수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500만 관중이 구호가 되지 않는 이상 프로야구의 주체들은 오늘도 야구장 어딘가에 투명인간을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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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칼럼 기사목록|기사제공 : 박동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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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r. 복